예술의 향기/미술전시

한국근대미술걸작전-근대를 묻다展

마티스 Misul 2008. 12. 23. 19:17

한국근대미술걸작전-근대를 묻다展

 

고갱ㆍ피카소는 알아도 이인성ㆍ박래현은 모른다?

 

이인성 작 `가을 어느날`

 

타이티 여인들을 강렬한 원색으로 그린 고갱은 한국에도 팬층이 두텁다. 그러나 이인성(1912-1950)은 어떤가. 고갱 못지않게 강렬한 톤으로 가을 어느날과 경주 산곡을 그렸지만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또 피카소며 반 고흐 작품은 주르르 꿰도 한국근대미술을 대표하는 박래현(1920-1976)과 이쾌대(1913-1965)는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로트렉은 알아도 구본웅(1906-1953)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게 우리다.

이에 이쾌대는 자신의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을 통해 21세기로 걸어들어왔다. 푸른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쓰고, 붓과 팔레트를 쥔 채 당당하게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남성. 바로 한국근대미술이 나은 걸출한 ‘리얼리즘 화가’ 이쾌대의 모습이다. 그의 작품에는 서구적 양식과 전통적 요소를 결합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가 올곧게 드러나 있다. 서양원근법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살리면서도 항아리를 인 여인을 등장시켜 향토적 요소를 대입시켰던 이 화가는 자신의 정면상을 통해 확고한 자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또 구본웅은 함께 어울렸던 시인 이상의 얼굴을 화폭 가득 그려넣은 ‘친구의 초상’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이상의 실체를 생생하게 전한다.

 

박래현 작 `노점`

 

이번 전시에는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김기창...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떡여지는 한국근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이 한데 모였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덕수궁 석조전은 서울에 몇 안 남은 근대건축물이자, ‘근대성의 상징’이란 점에서 전시와 딱 부합된다. 석조전에는 고종의 집무실과 침실이 있었다. 또 고종 승하 후 석조전은 왕실유물을 전시되는 최초의 미술관으로도 쓰였다. 그 석조전에서, 오랜만에 맞춤한 전시가 개막된 것. 미술관측은 기존 석조전 서관 뿐 아니라 동관에도 작품을 내걸고,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전시를 꾸몄다.

 

이유태 작 `화음`

 

명성만으로 전해졌던 이들의 작품을 만난다=

명성은 자자해도 직접 그들의 작품을 볼 기회는 흔치않았던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박래현 도상봉 등 한국근대미술의 발전을 주도했던 작가들의 주요작이 대거 모였다. 이번 전시에는 총105명의 1910~60년대 회화, 조각, 사진 등 근대미술품 232점이 내걸렸다. 이중 10여점이 최초 공개작이다.

 

232점의 전시작 중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0여점 외에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은행, 개인소장자로부터 모두 150여점을 빌려왔다. 최근 10여년간 볼 수 없었던 이중섭의 ‘흰 소’(홍익대박물관 소장)가 바깥나들이를 했으며,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이쾌대의 ‘군상’ 등 걸작들은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이달주 작 `귀로`

 

전시를 기획한 박영란 학예연구사는 “20세기 전반 격변했던 역사의 흔적을 미술품을 통해 만나보고, 당대 작품 속 선구적 요소가 한국미술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피고자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5부로 꾸며진 전시는 근대화와 식민지시대를 힘겹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근대인’으로 시작한다. 파격적인 포즈가 눈길을 끄는 월북화가 임군홍의 ‘모델’, 실험용 가운을 차려입은 신여성의 모습이 도드라진 이유태의 ‘탐구’ 등이 나왔다. 2부 ‘근대의 일상’에는 자유연애 등 의식변화에 따라 달라진 근대의 삶을 살필 수 있다. 이종우의 ‘인형이 있는 정물’, 박래현의 ‘노점’, 이중섭의 ‘부부’ 등이 그것. 다음 ‘근대의 풍경’에서는 도상봉의 ‘성균관풍경’, 변관식의 ‘금강산 삼선암 추색’, 이상범의 ‘초동’, 오지호의 ‘남향집’ 등이 전통의 답답했던 관념에서 탈피해 근대적 공간으로 묘사된 자연풍경을 전하고 있다. 이어 4부 ‘근대의 꿈’에선 김환기의 ‘영원한 노래’와 천경자의 ‘목화밭에서’ 등을 만날 수 있다. 가족의 정겨운 모습을 담은 이중섭의 ‘은지화’, 이쾌대의 초기작인 ‘여인들’ 등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며, 운보 김기창이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바친 화첩식 일기 역시 최초 공개작이다. 이밖에 작품보존과 수복(修復)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5부 전시에는 수복과정을 거친 권진규의 조각 ‘마두’ 등이 전시됐다. 해럴드경제,2008.12.23

  

그림 : (左) 이쾌대-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右) 천경자-굴비를 든 남자

국립현대미술관 12월 23일부터 2009년 3월 22일까지 덕수궁 석조전 동관과 서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한국미술의 거장 105명의 작품 232점이 선보인다. 이중섭의 ‘흰소’와 일본으로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은지화’, 소박한 삶을 그린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와 ‘아기업은 소녀’, 천경자의 ‘굴비를 든 남자’, 오지호의 ‘남향집’, 이쾌대의 ‘군상’ 등 한국 근대 걸작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제 1부 ‘근대인’에서는 근대화와 식민이라는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근대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신지식의 세례를 받은 지식인과 신여성, 구국애족의 희망으로 부상한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 등이 화폭에 담겨져 있다. 이쾌대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구본웅 <친구의 초상>, 임군홍 <여인좌상>, 이인성 <빨간 옷을 입은 소녀> 등을 만날 수 있다.

 

제 2부 ‘근대의 일상’에서는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근대적 환경, 자의식 발견과 함께 확산된 자유연애사상, 식민이나 전쟁 같은 시대적 고난이 작품 속에 드러난다. 이종우 <인형이 있는 정물>, 구본웅 <비파와 포도>, 박래현 <노점>, 이중섭 <부부>, 박수근 <아이업은 소녀> 등이 선보인다.
 
 제 3부 ‘근대의 풍경’에서는 종래의 전통적인 관념산수에서 탈피하여 근대적 공간으로 묘사된 자연풍경을 살펴본다. 이상범 <초동>, 오지호 <남향집>, 임용련 <에르블레의 풍경>, 유영국 <도시> 등이 대표작이다.

 

제 4부 ‘근대의 꿈’에서는 피식민 상황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몽환적인 꿈이나 전통성의 회복을 담은 이달주 <귀로>, 김환기 <영원의 노래>, 박항섭 <포도원의 하루>, 천경자 <목화밭에서>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츠뉴스,200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