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미술경매

미술품 왜 비쌀까?-박수근,김환기

마티스 Misul 2008. 4. 11. 07:31

 

미술품 왜 비쌀까?…미술과 돈에 관한 궁금증

올해 서울옥션의 첫 경매인 ‘더 퍼스트 옥션’에서 박수근의 유화 ‘시장’이 4억6천5백만원에, ‘행복한 눈물’로 이름이 알려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판화 ‘우는 여인’이 6천1백만원에 낙찰됐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의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새삼 궁금해졌다.

 ‘억’ 소리 나는 고가 미술품에 대한 궁금증 몇 가지.

 

27-ⅩⅠ-72, 김환기, 6억9천만원, 2005년 K옥션.

궁금증 하나, 사람들은 그림을 왜 살까?


이유 1 첫 번째 이유는 미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다. 그것은 단지 그림을 바라보고 있을 때 행복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내면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이런 풍경을 상상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슬픈 일이 있을 때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의자에 앉아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안락감을 느낀다면 그 그림은 돈을 지불하고 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유 2 두 번째 이유는 투자 가치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적어도 수천만원, 수억을 쓸 수 있을 때 ‘투자’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수천, 수억을 미술 작품에 투자하는 사람의 경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술 투자는 부동산, 주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미술에 투자하면 돈이 불어나는 동안 내 눈앞에 멋진 그림이 걸려 있게 된다. 매일 숫자 놀음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투자 가치가 그림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도라 마르’, 9천5백21만6천 달러, 2006년 소더비 뉴욕.

이유 3 사람들

 

이 그림을 사는 이유에 대해 학문적으로 분석한 예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에 의하면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소장하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에게로 옮겨온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좋은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스스로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궁금증 둘, 어떤 그림이 비쌀까?
사연이 있어야 값이 올라간다


1999년 10월 뉴욕에서 마릴린 먼로가 소장했던 물건들의 경매가 열렸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모조 다이아몬드 6천여 개가 박힌 하얀 이브닝드레스였다. 이 드레스는 예상 낙찰가인 1만5천 달러를 훌쩍 넘어 100배가 넘는 1백26만 달러에 팔렸다. 드레스 한 벌이 이렇게 비싸게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드레스에 얽힌 사연 때문이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 축하연에서 마릴린 먼로가 입은 드레스가 바로 이 드레스다.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 먼로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이 둘의 관계를 화제로 삼는다. 이렇듯 사연을 가진 경매품은 실제 물질적 가치보다 훨씬 값이 나간다.

경매 당시 이 드레스에 붙은 이름은 ‘Happy Birthday, Mr. President 드레스’였다.

 

‘철화백자운룡문호’, 작자 미상, 16억 2천만원, 2006년 서울 옥션.
소장자가 적을수록 값이 올라간다
작품이 처음 대중 앞에 판매용으로 공개됐을 경우에도 그 가치가 높아진다. 2004년 가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2천10만 달러에 낙찰된 모네의 유화 ‘런던 국회의사당’이었다. 모네는 런던 국회의사당을 소재로 모두 19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15점은 박물관에 있기 때문에 경매에 나올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개인 소장자가 네 점 중 하나를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이 그림은 1904년 처음 전시에서 팔린 뒤 100년 동안 계속 같은 소장자 집안에서 물려 내려왔고, 공개된 적조차 없었다. 소장 기록은 곧 그림의 족보나 마찬가지인데, 이 족보에 나열되는 소장자 수가 적을수록 그림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만큼 한 소장자가 오랫동안 두고 보면서 애호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장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누가 가지고 있던 작품이냐’도 중요하다. 200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미술계에 충격을 줬던 이중섭 위작 도난 사건도 결국은 소장 기록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작품들이 이중섭의 아들에게서 나온 것이었기에 응찰자들은 의심하지 않고 값을 높게 부른 것인데 결국 위작 판정이 나고 말았다. 작품의 족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유명 경매회사들은 가능한 한 ‘누구의 컬렉션’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홍보한다.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 낱낱이 공개하면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자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 경매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이리스’, 빈센트 반 고흐, 5천3백90만 달러, 1987년 소더비 뉴욕.

작가의 삶이 불행할수록 가치는 올라간다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불행한 삶은 작가에 대한 신비감과 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국에는 그 작가의 경제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고 그림값도 비싼 박수근. 생전에는 작품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생을 많이 한 화가였다. 그가 겪었던 그 고통스러운 삶은 그대로 화폭에 드러났다. 숨김도 과장도 없는 서민의 애환, 그런 감정들이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에 훗날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불운했던 화가는 박수근뿐만이 아니다. 피카소와 반 고흐, 그리고 잭슨 폴록 등 지금은 어마어마한 가격에 작품이 팔리는 작가들도 한때는 배고프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유아대학살’, 피터폴 루벤스, 7천6백70만 달러, 2002년 소더비 뉴욕.

‘시장의 여인들’, 박수근, 25억원, 2007년 K옥션.
      ■ 기획&정리 / 노정연 기자 참고 서적 / 「그림쇼핑」(공간사)

     레이디경향 2008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