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미술경매

현대미술과 경매

마티스 Misul 2007. 12. 2. 20:01

◆ 현대미술 (contemporary art)=

 해외미술시장에서 보통 1945년 이후의 미술, 또는 동시대의 미술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작품이 제작된 시기를 기준으로 1950년대 이후의 것이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인상주의, 입체파, 구성주의, 미래파, 초현실주의까지가 근대미술이고,

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추상표현주의와 색면추상, 팝아트, 미니멀 아트, 개념미술이 현대미술 범주에 포함된다.


 

현대미술작가의 세 가지 종류


잭슨 폴록·앤디 워홀 등은 피카소급 ‘파워 작가’

                                               

미술시장 내 인지도가 큰 작가 그룹
대미언 허스트·제프 쿤스…
2000년대 들어 경매시장 등장한 작가
피터 도이그·글렌 브라운…


현대미술이란 범주에 포함되는 작가들은 미술사적 인지도와 시장의 입지 관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외 경매회사들의 주요 세일에 이름을 올리는 작가들 중에도 이미 확고한 미술사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 및 시장 진입이 늦은 작가들도 많다.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은 작품 가치에 대한 안정성이 큰 대신 비싸다. 반면, 인지도가 덜한 작가의 경우 작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작가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은 의문이라, 컬렉터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컬렉터들은 어떤 작가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은 인지도의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현대미술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서 이미 확고하게 자리 매김을 한 작가들이다. 서양에서 미술사적 운동을 이끌어온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을 마구 뿌린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 단순한 색깔의 넓은 면으로만 표현하는 ‘색면추상’의 마크 로스코, 팝아트의 앤디 워홀, 미니멀 아트의 도널드 저드, 개념미술의 온 가와라 등이다. 전후 유럽 추상을 대표하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영국의 초상화가 루시앙 프로이드 등도 여기에 추가된다. 이들의 경우 주요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주요 세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매우 비싸게 거래된다. 이들의 미술사적 인지도는 모네, 피카소 등 근대미술품에 대한 인지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 점에서 현대미술이긴 하지만 이들에 대한 미술사적 가치 평가가 나중에 크게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 다시 말해 투자하기 안전하다.

두 번째 그룹은 미술사적 평가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미술시장 내 인지도는 첫 번째 그룹 못지않게 좋은 작가들이다. 여기에는 대미언 허스트, 리처드 프린스, 제프 쿤스, 마이크 켈리, 안드레아스 거스키, 신디 셔먼, 토마스 루프, 미구엘 바르셀로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는 점이다. 거래 경력은 이미 20년 가까이 됐고, 안정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11월 중순 뉴욕에서 현대미술 경매를 하는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둘 다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제프 쿤스를 내놓았다. 소더비에 나온 쿤스의 빨간 대형 하트 조각 ‘하트(Hanging Heart)’는 추정가격이 1500만~2000만달러(약 130억~180억원)다. 쿤스는 싸구려 이미지인 ‘키치’를 고급예술로 포장한 작가로, 이 짙은 자홍색 하트 조각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 무게가 1.5?이나 된다. ‘로맨스’와 ‘힘’을 함께 보여줘 ‘섹슈얼리티’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두 번째 그룹의 작가들은 시장 인지도와 가격에 비해 미술사적 평가가 아직 진행 중이다. 최근 현대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대미언 허스트에 대한 평가조차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들 작가 작품을 구입할 때에는 첫 번째 그룹 작가들에 비해 컬렉터 스스로의 안목과 판단이 요구된다.

세 번째 그룹은 2000년대 들어 경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작가들로, 시장에 데뷔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해외 경매 메이저 세일에 엄연히 이름을 올리는 작가들이다. 1950~1960년대 출생이 대부분으로, ‘화이트 큐브’ ‘사치’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바이르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와 전속 계약 등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런 작가들을 보면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갤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 그룹에 들어가는 작가들은 유럽 출신으로 피터 도이그(49)와 글렌 브라운(42), ‘팀 노블(42)&수 웹스터(41)’, 시실리 브라운(39) 등이 대표적이다. 더 젊은 작가로는 마티아스 바이처(35)와 뱅크시(33) 등도 거론될 수 있다. 미국 작가로는 리사 유스카비지(46), 존 커린(46), 엘리자베스 페이튼(43) 등이 선두에 있다.

이들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피터 도이그일 것이다. 지난 2월 경매에서 그의 작품 ‘흰 카누(White Canoe)’는 추정가의 5배가 넘는 573만2000파운드(1130만 달러)에 낙찰돼 이들 그룹 작가에 대한 관심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런 작가들 중에는 구상 계열이 많지만, 추상 작품 역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흡수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런던 유명 화랑인 서펜타인 갤러리와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면서부터 한 단계 인지도가 상승한 글렌 브라운, 사치 갤러리와 가고시안에서 역시 수차례의 단체전과 개인전 경력을 갖고 있는 시실리 브라운이 대표적이다.

해외 컬렉터들이 새롭게 관심을 보이면서 현대미술 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세 번째 그룹에게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 작가군들에 비해 미술사적 인지도와 시장에서의 입지가 덜한 만큼, 작품성에 대한 꼼꼼한 체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14일 열릴 뉴욕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에 추정가 1500만~2000만달러(약 130억~180억원)로 나온 제프 쿤스의 조각‘하트 (Hanging Heart)’. 간단한 모양의 조각으로‘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보여준다. /AFP

 

 ■ 경매의 역사·현황
1889년 밀레의 '만종'이 현대미술품 고가경매 시초
크리스티·소더비가 '빅2'

피카소로 대변되는 입체파 미술, 마티스로 대변되는 야수파 미술이 대중적 시장에 처음 공개된 것은 1914년 3월 2일 프랑스 파리 드루오 호텔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서였다. 이 경매는 컬렉터 13명이 모인 ‘곰가죽(La Peau de L’ours)’ 모임이 열었다. 라 퐁텐의 우화 ‘곰과 두 친구’에서 이름을 딴 모임이다. 우화에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모피상에게 곰가죽 값을 선불로 받고 곰사냥에 나섰지만 정작 곰을 잡지 못한다. 이 사냥꾼들이 곰의 가죽을 걸고 모험을 했듯, 이들은 그림을 가지고 모험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곰가죽’ 컬렉터들은 당시 유럽에서 전위적 작가들이었던 피카소, 마티스, 반 고흐, 고갱 등의 작품 145점을 10년 동안 모은 뒤 이 날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서 공개적 방식인 경매를 통해 팔았다. 판매 결과는 매우 좋았다. 야수파, 입체파 같은 전위적 미술의 시장적 가치를 제일 먼저 입증한 행사로 이 경매는 역사에 기록돼 있다.

■ 현대 미술품 고가 경매는 밀레의 ‘만종’부터 시작

화랑과 달리 경매에서는 작품이 팔리는 순간 가격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따라서 경매 결과는 종종 어떤 문제적 작품이 드디어 세상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 남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그림인 밀레의 ‘만종’은 밀레가 작품을 완성한 1859년에는 당시 돈으로 약 1000프랑 정도인 낮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밀레 사후 14년이 지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열린 경매에서 55만3000프랑에 낙찰됐다. 당시 고전이 아닌 현대미술품에 매겨진 경매가격으로 최고를 찍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에 ‘R.Mutt 1917’이라고 서명만 덜렁 했던 문제작 ‘샘(Fountain)’은 제작 당시인 1917년에는 전시에서 거부 당했을 정도였지만, 그로부터 82년이 지난 199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무려 1700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것도 1917년 당시 제작된 게 아니라 1964년에 새로 만든 8번째 에디션이었다.

■ '행복한 눈물'의 리히텐슈타인은
10번째로 비싼 작가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 중 최고 가격은 2004년 5월 뉴욕 소더비에서 1억400만 달러(약 1000억원)에 팔린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었다. 피카소는 작년을 기준으로 한해 동안 경매에서 낙찰된 총액을 합산했을 때 액수가 가장 많아, ‘비싼 작가’ 1위에 올랐다. 2위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3위는 ‘키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소장하고 있던 클림트 그림 5점에 대해 이 작품의 원래 소장자였던 블로흐 바우어 부부의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작품 반환 소송을 내고 이긴 뒤, 되찾은 작품 4점을 한번에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는 바람에 클림트의 낙찰총액수가 일약 3위로 올랐다. 이번에 삼성이 샀느냐 안 샀느냐 논란을 빚고 있는 그림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의 로이 리히텐슈타인도 10위에 오른 비싼 작가다.

■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세계 경매시장 장악

갤러리나 개인 딜러를 통해 살 때와 달리 경매에서는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똑같이 경쟁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현대사회에 오면서 경매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됐다. 현대에 들어 화제가 되는 경매는 대부분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이뤄진다. 전세계 경매 낙찰액의 76%를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차지하니, 이 두 회사가 세계 미술경매시장을 장악하는 셈이다.

지금은 경매를 주도하는 것이 미술품이지만, 원래 경매는 18세기 영국의 귀족들이 개인 소장품을 드러내놓고 팔던 방식에서 유래한다. 크리스티는 1766년에, 소더비는 1744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경매를 시작했다. 처음엔 희귀한 책이나 중요한 서류 같은 귀족들의 소장품이 중요한 경매물품이었다. 소더비는 창립자인 새뮤얼 베이커가 1744년 3월 11일에 했던 책 경매로 시작을 했기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책 컬렉션 경매 역사가 깊다. 나폴레옹이 귀양지인 세인트 헬레나섬까지 들고 갔던 그의 책 일체도 나폴레옹 사망 후 소더비에서 경매됐다. 수백년이 흘러 오늘에 오면서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미술품, 보석, 와인, 가구, 자동차, 부동산까지 다루게 됐다. 경매장소도 뉴욕, 파리, 호주, 홍콩 등 국제적으로 확장을 했다. 작가와 작품에 따라 나라별, 장소별로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 경매회사들은 어떤 작품을 위탁 받으면 그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릴 수 있는 장소로 가져가서 판다. 서울에는 크리스티의 연락 사무소만 있어서 해외에서 열리는 경매에 응찰하거나 작품을 내고 싶은 사람을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매시장의 국가별 점유율로 보면 전체낙찰액수의 절반 정도인 46%가 미국, 즉 뉴욕에서 거래된다.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경매로 거래되는 미술품 총액이 64억 달러(6조원)인데 이 중 뉴욕에서 거래되는 것이 30억 달러(2조7000억원)나 된다.

▲ 1. 피카소: 3억3924만달러 2. 앤디 워홀: 1억9900만달러 3. 클림트: 1억7500만달러 4. 윌렘 드 쿠닝: 1억700만달러 5. 모딜리아니: 9000만달러 6. 샤갈: 8900만달러 7. 에곤 쉴레: 7900만달러



▲ 11월 14일 뉴욕 소더비에서 4600만달러에 낙찰된 영국 화 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투우에 대한 연구’. 이날 경매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술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소더비 제공

 출처 : 조선일보 2007.12.1

세계 최대 경매회사 크리스티 & 소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