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그림이야기-명화읽기

미술이야기

마티스 Misul 2007. 11. 13. 10:50
[미술이야기]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아름다운 사랑의 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영원 불멸의 테마다. 인생뿐 아니라 미술사에서도 사랑을 통해 탄생된 많은 작품들이 빛을 발한다. 슬프고 아름답고 신비롭고 환상적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은 사랑의 감정을 멜로디에 실었다. 노래를 통해 부각되는 네 편의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개의 노래’. 1876--1877년경, 모노타이프에 구아슈와 파스텔, 57×45, 개인 소장
우리 민족처럼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노래방이라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노래방에서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속에 얽혀 있던 것들이 풀어지고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 전 국민이 노래방을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랑에 빠졌거나 연인과 이별을 할 때 유행가 가사는 심금을 울린다. 유행가의 통속적인 가사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티치아노-사람은 ‘자연과 하나’임 보여줘
티치아노의 ‘전원 음악회’는 젊은 남자가 사랑의 연가를 목동들에게 들려주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음악회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을 티치아노는 16세기 초에 발표한 사나자로의 시 ‘아르카디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나폴리텐의 아름다운 처녀를 사랑한 젊은 귀족인 신세로는 고대 악기인 리라를 연주하며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의 연가를 양치기에게 들려주었다’

티치아노는 시를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악기를 루트로 바꾸고 주인공도 시인으로 표현했다. 화면 오른쪽에 목동과 양들이 보이고, 붉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는 루트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고, 목동은 몸을 기울여 연주를 듣고 있다. 젊은 남자와 목동 앞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여인은 플루트를 들고 있으며 화면 왼쪽의 여자는 물을 따르고 있다.

‘전원 음악회’. 1510년경, 캔버스에 유채, 110×138,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통해 젊은 남자가 귀족임을 암시하고 벌거벗은 여인은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플루트를 들고 있는 여자는 미를 상징하고 있으며 젊은 남자가 꿈꾸는 사랑을 암시한다. 물병을 들고 있는 여자는 절제를 상징한다. 물과 포도주를 담을 수 있는 물병은 오래전부터 절제의 상징이었다. 이 작품에서 남자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남자와 여자의 대비를 통해 현실과 상상의 차이를 표현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1488년경~1576)는 이 작품에서 사람은 자연과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와토- 짝사랑의 고통 표현해
서로 소유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게 사랑인데 소유는커녕 불러도 대답이 없는 짝사랑은 사람을 애달프게 한다. 대답이 없다고 사랑을 거두어들일 수도 없다.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창가에서 노래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남자를 표현한 작품이 와토의 ‘메체티노’다. 이 작품에서 메체티노는 숲 속 벤치에 걸터앉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메체티노는 16~17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희극의 주요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말이다. 희극에서 기사의 시종이나 심복의 역할을 하는 메체티노는 짝사랑을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이 작품에서 메체티노는 애절한 눈빛으로 기타를 연주하면서 창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렬을 다해 기타를 연주하는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세레나데를 부르는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다. 메체티노의 뒤로 보이는 나무가 무성한 정원에는 여인의 조각상이 있다. 조각상은 메체티노가 사랑하는 여인을 암시한다. 조각상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메체티노의 사랑을 여인이 거부한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 작품에서 연극의 무대 역할을 하는 조각상이 있는 정원은 희미한 색조로 표현해 앞의 메체티노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베란다 위의 흥에 겨운 사람들’. 1673~1675, 캔버스에 유채, 141×131,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장 앙투안 와토(1648~1721)는 이 작품에서 메체티노의 어릿광대 옷차림을 통해 사랑의 고통에 빠져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현실을 암시한다.

드가-유행가를 부르는 가수 묘사
평범한 사람이 노래를 잘해도 가사가 심금을 울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현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부르는 가수에게 열광한다. 열창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속삭이듯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드가의 ‘개의 노래’는 카페의 가스등 아래에서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의 공연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 당시 드가가 즐겨 찾았던 카페 앙바사되르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엠마 발라동을 그렸다. 카페 앙바사되르는 밤에 정원에 설치된 천막에서 음악회가 열렸던 곳이다. 엠마 발라동은 관능적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 카페 앙바사되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드가는 엠마 발라동의 노래에 열광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발라동은 노래가사에 나오는 개를 흉내 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녀의 뒤에 있는 기둥은 관람객과 가수의 위치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에드가 드가(1834~1917)는 유행가의 통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연하면서 개를 흉내 내고 있는 그녀의 크게 벌린 입 그리고 손가락 끝의 모양까지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스텐-노래하는 사람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모습
우리 민족은 자신이 노래 부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꼭 노래하기 싫다는 사람까지 부르게 만든다. 하지만 억지로 노래를 시키고는 아무도 그 노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노래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각자의 일에 바쁘다. 특히 술집에서 흥겨워서 노래를 부르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체티노’. 1718~1720년, 캔버스에 유채, 56×43,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흥에 겨워 노래하고 있지만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얀 스텐의 ‘베란다 위의 흥에 겨운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가난한 사람들이 선술집에 모여 흥겨워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풍속화 중의 하나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풍속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이 드러나는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 화면 중앙에 앉아 있다. 그녀는 붉은 신발을 신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남자의 허벅지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붉은 옷의 남자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남자는, 술에 취해 누구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여자가 신고 있는 붉은 신은 전통적으로 행동이 단정치 못한 여인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특이한 몸짓과 가식적인 웃음을 통해 여자가 취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의 발밑에는 포도주 통이 쓰러져 있는데 그것은 포도주 통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자 주변의 인물들의 표정은 다 일그러져 있다. 붉은 얼굴, 흐트러진 옷매무새 그리고 얼굴에는 웃음이 실려 있다. 그들의 붉은 얼굴은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화면 왼쪽 흰 모자를 쓰고 한 손에 포도주 병을 들고 앉아 있는 남자가 화가 스텐이다. 그는 술에 취해 흥겨워 윙크를 하고 있다. 얀 스텐(1626~ 1679)의 이 작품은 삶의 유쾌한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


박희숙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뒤 강릉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가 있다.

출처 : 레이디경향 2007.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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