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창/자료대기

꽃으로 피어난 세상-김지연의 꽃 이야기

마티스 Misul 2009. 1. 14. 14:33

[김지연의 꽃이 들려준 이야기]

 

어떤꽃 그렸나요...인생을 담았지요

꽃으로 피어난 세상, 꽃으로 은유된 세상

 

 

꽃을 사진처럼 근사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화가가 많다. 반면에 사실에서 변형된 꽃을 그린 화가들도 많은데 이는 사실적이기 보다는 사의성(寫意性)에 더 비중을 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꽃을 단순히 꽃으로만 그리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 그리움, 이별, 꿈…. 수많은 꽃말이 있듯이 꽃은 바로 그런 인생의 모든 삶의 요소들을 상징하는 모티브라 할 수 있다. 김지연 작가가 들려준 ‘꽃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편집자 주〉

화면에는 꽃이 그득하다. 정형화된 꽃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말하자면 상상적 사의가 내포된 꽃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 서울 인사동 한 찻집에서 김지연 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젊습니다. 그러나 작가로서 꽃이라는 이미지를 통하여 꽃이 상징하는 의미, 꽃으로 은유되는 인생들을 그리려 합니다. 그리며 사는 것을 배우고, 생각하며 그립니다.”라고 말했다.

# 꽃잎, 그 미세한 파동

‘꽃이 들려준 이야기’ 시리즈


꽃이 필요한 자양분은 햇빛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 햇빛은 늘 눈부시다. 햇빛 속에 꽃은 피고, 바람에 꽃잎은 남몰래 가녀린 몸 떨고 있다. 이슬 머금은 꽃잎은 이른 새벽 서둘러 햇빛을 향해 만개하기도 한다. 이전의 작품세계에서 작가는 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성에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기억 속으로, 기다림, 꿈, 만남, 친구 등의 명제를 붙였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꽃을 그렸던 꽃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꽃잎, 그 미세한 파동을 화폭에 펼쳐놓고 있었다.

# 꽃이 들려준 이야기

‘꽃이 들려준 이야기’ 시리즈


최근의 작품에서 그는 피기 시작한 꽃, 활짝 핀 꽃, (꽃망울을) 맺은 꽃 등 다양한 꽃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자 미술인 류석우씨는 “어떤 꽃을 그 꽃에 가장 가깝게 묘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상(意想)을 꽃에 담아 표현하고자 한다. 이것은 그의 그림이 화화법(花畵法)을 완전히 이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룰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의 심의대로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김지연 작가만의 화면을 풀어가는 솜씨이자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꽃의 이야기인 셈이다.”라고 평했다.

# 깊고 맑은 표현

‘꽃이 들려준 이야기’ 시리즈


작가는 밑그림에 많은 공을 들인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정확한 밑그림과 계획이 없으면 중간에 길을 잃기 십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의 그림에서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바탕 재료 위에 밑 색을 칠하는데 여러 색을 층층이 칠해서 밑에서부터 색이 배어나오게 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색을 닦아내기도 하면서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그 위에 연한 물감으로 색을 한 겹씩 입히며 세부 묘사를 해 나가기 때문에 한 번에 두껍게 칠했을 때 보다 깊고 맑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더 깊고 아름다운 꽃을 위해

꽃잎에 살포시 새가 날아와 앉아있다. 꽃은 더 화사하게 꽃술까지 드러내고 있다. 저기 먼 산. 그곳 계곡과 산허리를 가로질러 날아왔을까. 언젠가 새들은 꽃의 대지를 날아올라 힘찬 날개를 펼칠 것이다. 무량의 세월을 함께한 꽃과 새. 작가는 “더 깊고 아름다운 꽃을 그리기 위해, 더 자유롭게 형상되는 화면에 고뇌한다.”고 그의 작가노트에 적고 있다.

 

[화가와 관람객의 의사소통]

나의 그림 테마는 ‘이야기’이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꽃이 들려준 이야기처럼. 꽃을 통해, 자연을 통해 느끼는 나의 감정이 그림으로 표현되고, 사람들이 그 그림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아내 듣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이 그림 속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나의 이야기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 것이다.

김춘수님의 시 ‘꽃’에서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이름이 불러졌을 때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관계가 점층적으로 확대되어 비로소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듯이, 나의 그림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양방향의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나의 그림을 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 꽃 이름이 뭐예요?”이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꽃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꽃은, 드라마 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 연기자와 같다. 나는 관람객들이 나의 그림 앞에 멈춰 서서 꽃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지연} 이화여대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4회=한국현대미술제(예술의 전당), 꽃이 들려준 이야기(갤러리 올), 시를 담은 부채그림전(서울 시립미술관)춘추 100인전(세종문화회관)

김지연 춘추회원·한국화여성작가회원/Sportsworldi.com.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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