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미술관련 책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마티스 Misul 2007. 11. 13. 10:34
[책세상] 욕망을 담은 명화, 사랑을 담은 명곡
명화 속의 삶과 욕망 / 박희숙·마로니에북스·1만5천원
클래식 명곡을 낳은 사랑이야기/니시하라 미노루.1만2천원 

에드바르트 뭉크의 '사춘기'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말러

벌거벗은 소녀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눈은 강렬한 호기심으로 이글거린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가지런히 아래쪽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옆으로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성에 대한 소녀의 불안감이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사춘기'다. 그는 어머니와 누이를 폐결핵으로 잃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인생을 짓눌렀고, 그는 불행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사춘기'도 인간에게 드리워진 본원적인 불안을 담고 있다.



예술혼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을 향한 불타는 사랑, 죽음에 대한 공포, 식욕 따위 욕망은 예술가의 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그래서 그들의 삶 속에 깃든 욕망과 결핍, 불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된다.

<사랑·공포·열정·허무의 예술혼>

'명화 속의 삶과 욕망'은 명화 속에 녹아 있는 인간의 갖가지 욕망을 보여준다. 예술가들이 세상과 소통했던 방식을 통해 박제화한 예술이 아닌, 그 속에서 사람 냄새나는 예술을 찾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얘기하면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18세기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의 눈에 띄어 궁정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프랑수아 부세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를 한 번 보자.

뇌쇄적인 여인 옴팔레는 근육질의 헤라클레스와 진한 입맞춤을 한다. 옴팔레의 가슴을 더듬는 헤라클레스의 손에서 그의 거친 욕망을 보는 듯하다.

작품은 신화를 빌려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대화인 섹스의 본질을 보여주고, 더불어 쾌락에 빠진 귀족들의 삶도 고발한다. 부세는 신흥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지만 비도덕적인 예술가라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숱한 '책임의 울타리'의 연속인 결혼에서도 일탈의 꿈은 싹튼다. 프랑스 명문가에서 난 에두아르 마네는 아내 대신 나체의 창녀를 보고 '올랭피아'를 그렸다. 당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서 당시 회화 관습과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으려 했다.

책은 한 가지 욕망에 담긴 이중성을 두 작품씩 엮어 보여준다. 호기심과 두려움(性), 열정과 허무함(사랑), 축복 혹은 재앙(미인), 희망과 절망(임신), 즐거움과 궁색함(식사), 사랑과 애정결핍(아기), 생존과 나태(삶)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욕망'은 성적인 것으로 많이 기울었다. 또 성적으로 독립된 존재로서의 여성보다는 욕망의 배출구로 많이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가장 적나라한 것이 미국의 아방가르드 사진가이자 화가인 만 레이의 '앵그르의 바이올린'. 여성을 아름다운 악기로 표현했다.

<클래식 거장 26인의 가슴앓이>

이성에 대한 욕망은 음악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클래식 명곡을 낳은 사랑 이야기'(고은진 옮김)는 불멸의 음악을 탄생시킨 작곡가의 '사랑'을 탐구한다.

작곡가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사회적인 벽 앞에서 주저않기도 했고, 그걸 넘어서기도 했다. 열정이든 가슴앓이든, 사랑은 불멸의 음악을 낳는 씨가 된 것이다. 일례로, 베토벤도 평민이던 신분을 넘어 많은 여성들을 흠모했다. 교향곡 5번 '월광'과 '엘리제를 위하여'가 헌정 작품이다.

말러 음악에 드리운 세기말적 색채는 아내의 외도로 인한 고통에서 영향을 받았고, 재즈를 클래식으로 발전시킨 거슈인의 음악도 유부녀와 이혼녀를 가리지 않던 영혼의 자유로움과 관계 깊다. 물론 삶과 작품 중 어느 게 먼저인지는 모를 일이다.

지은이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클래식 거장 26명의 사랑을 음악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작곡가의 욕망과 음악 사이의 긴밀한 관계보다는 그들의 사랑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김마선기자 msk@busanilbo.com


출처 : 부산일보 2007.10.27

 

 

미술 대중화 위한 박희숙의 ‘명화속의 삶과 욕망’ 출간

물욕·성욕·식욕등 3가지 주제, 삶과 떨어진 미술 재밌게 담아

 

 

 

사춘기 소녀를 묘사한 두 그림이 있다. 에곤 실레의 '서 있는 벌거벗은 검은 머리의 소녀'와 에드바르트 뭉크의 '사춘기'. 실레의 소녀는 빈약한 가슴에 굴곡없는 허리 등 여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선명한 오렌지색 입술과 가슴, 수줍은 듯하면서도 뭔가를 꿈꾸는 유혹적인 눈빛은 성장을 열망하는 소녀의 심리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뭉크의 소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있는데, 미지의 세계에 겁을 먹은 표정이 역력하다. 또 장 오느레 프라고나르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그네 타는 여인을 소재로 삼았지만 전혀 다른 사랑을 그려냈다. 프라고나르의 작품이 귀족들의 허울뿐인 품위를 풍자한 것이라면 르누아르의 작품은 젊은 연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서양화가 박희숙씨가 지은 이 책은 호기심과 두려움, 열정과 허무함, 사랑과 결핍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주제에 맞는 그림을 비교하면서 그림이 담고 있는 인생의 모습과 감정을 포착했다

출처 : 세계일보 200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