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미술관련 책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

마티스 Misul 2008. 6. 16. 19:27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

 

귀족들은 왜 서민그림에 푹 빠졌나



    어떤 이는 수를 놓고, 어떤 이는 꽃 내음을 맡는다. 풀밭을 뛰노는 아이, 낚싯대를 드리운 남자, 순찰 중인 경찰, 모두 따사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조르주 쇠라 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4~86, 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자기 삶을 사랑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평화로워진다. 햇빛과 풀과 물은 평화를 즐기고 사랑하도록 해준다"고 일러준다.

    • 1〈키 스 〉( 클 림 트 ) / 2〈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쇠라) /
    •  3〈볼가강에서 배를끄는 인부들〉(레핀) / 4〈학교가 파하다〉(암스트롱) 일부. /
    • 5〈이삭줍기〉(밀레) 일부
  • 피테르 브뢰겔 작 〈플랑드르의 속담〉(1559, 나무에 유채, 쿨투어포룸, 베를린)은 120개 속담을 담고 있다. 죽은 소를 묻고 있는 남성은 '소 죽은 다음 웅덩이 메우기'(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돼지한테 꽃을 뿌리는 이는 '암퇘지에게 장미꽃 주기'(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광주리에 뭔가 밝은 것을 담아 나르는 사람은 '광주리에 햇빛 담아 나르기'(쓸데없는 시간낭비)를 꾸짖는다. 칼을 든 채 돌담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이는 '담벼락에 박치기하기'의 무모함을 비웃고 있다.

    일랴 레핀 작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1870~73,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은 혹사당하는 인부 10명의 얼굴에 자긍심과 근성,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거룩한 투쟁 의지를 담고 있다.

     

    조지 엘가 힉스 작 〈중앙우체국 여섯 시 일분 전〉(1860, 캔버스에 유채, 런던박물관)은 신문과 편지만이 정보와 소식을 전하던 시절, 문닫기 직전 가장 바쁜 시간의 우체국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쪽에선 우편을 붙이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다른 편에선 신문사 사람들이 신문을 정리해 나르느라 분주하다.

    책은 이렇듯 한 시대의 모습, 유머와 해학, 속담과 격언, 미덕과 악덕, 도시와 농촌을 담은 풍속화를 설명한다. 16세기 서민의 삶을 그린 것에서 출발해 17세기 귀족과 중산층이 관심을 갖고 이런 그림을 사면서 하나의 장르가 됐고 18세기 들어 풍속화로 꽃핀 것이다.

    미술평론가 이주헌(47)씨가 주제를 나눠 풍속화의 세계를 해설했다. 사랑과 믿음이 없는 정략결혼의 결과를 그린 윌리엄 호가스 작 〈결혼 직후〉(1743, 캔버스에 유채, 내셔널 갤러리, 런던)의 '풍자', 낙천적 삶의 태도가 엿보이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 〈선상 파티〉(1881, 필립스 컬렉션, 워싱턴)의 '여유', 연인의 감동적 입맞춤을 그린 구스타프 클림트 작 〈키스〉(1907~08, 캔버스에 유채와 금, 벨베데레 궁전, 빈)의 '사랑' 등이 그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는 2005년 《아름다운 풍경화에 뭐가 숨어 있을까》를 시작으로 《신비로운 인물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생생한 역사화에 뭐가 담겨 있을까》가 이미 나와있다. 이 시리즈는 곧 출간될 제5편 《정물화》로 마무리된다.

    조선일보,2008.6.14